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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단상(斷想)

아라홍련 2013. 10. 11. 04:10

 

 

            

 

            S# 1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천억 원짜리 비행기를 6년마다 바꾼다.

             물론, 한국의 경제 대통령인 그룹 총수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올해가 바로 그 해...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데만 10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작년에 극비리에 미리 구입했다.

             비행기 기종은 보잉사의  737-7 EG.

             EG는 Electronic Giant, 즉 '전자거인을 위해 만든 비행기'란 뜻이다. 

             지금 뉴질랜드에서 302억 원짜리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비행기 가격과 인테리어 가격을 모두 합쳐서 1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전용기는 LA에서 뉴질랜드까지 10,500km를 13시간에 주파했다.

             동일기종 비행속도의 신기록까지 세운 셈이다.

             이렇게 날고도 연료가 30%나 남았다고 한다.

             또 최대 21시간까지 계속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기 기종이 외부로 밝혀진 것은 작년  9월, 뉴질랜드에서 페인트 칠도 하지 않은

             새 비행기 한 대가 하필 한 항공사진 작가의 사진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호화 전용 비행기 구입을 그동안 철저히 극비밀에 부쳤다.

             하지만, 이 사실은 엉뚱한 곳으로부터 흘러나왔다.

             302억 원이 넘는 인테리어 공사를 둘러싸고 뉴질랜드 업체들끼리 법정소송을 벌이며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의 호화 전용기에 관한 정보들이 모두 노출되고 말았다. 

             삼성은 이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전용기까지 모두 3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전용기는 어떨까?

             차마 비교하기 민망할 만큼 초라하다.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대통령 전용기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1년 제작된 것이다. 

             기령(機齡) 9년차 때인 2010년, 이명박 정부와 대한항공은 장기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해외 순방(巡訪) 중인 대통령 전용기의 나이는 기령이 무려 12살이다.        

             돈이 최고인 세상...

             재벌 총수의 안전 비슷하게도 취급받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 대통령의 안전인 셈이다.  

 

             이 뉴스가 나온 날...

             나는 산책을 나갔다가 2,000원짜리 시든 부추를 1,000원에 할인 판매하는 것을 보고 

             누가 먼저 가져갈세라 잽싸게 구입했다.

             또 1,000원어치씩 포장돼 있는 깻잎을 사와서 간만에 진수성찬을 차렸다.

             부추는 멸치액젓과 고춧가루, 매실원액, 통깨를 넣고 조물조물 잘 버무려 부추겉절이를

             만들었다.

             또 깻잎은 반은 쌈 용으로, 반은 튀김가루를 묻혀 바삭하게 튀겨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평소와 달리 잡스러운 음식들을 먹었던 탓에 나는 그동안 철저하게

             식단 조절을 해왔다.

             때문에, 추석 연휴 이후로 처음 먹어보는 밥이었다.

             2,000원으로 만든 밥상...

             하지만 2만원짜리 음식이나 20만원 짜리 음식보다 결코 만족감이 덜하지 않았다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다.

             결국 행복이나 만족감은 자족(自足)하기에 달려있는 것...

             청담(淸談)한 마음과 당시의 상황, 그리고 기분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S#

                             

             현재 큰 파장이 일고 있는 한 증권회사 CMA에서 나는 그동안 공과금을 자동이체로

             납부해왔다. 

             한데, 어제 나는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채 기다리다가 아침 일찍 증권회사로 달려갔다. 

             9일 한글날,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있었던 피해자 대규모 시위에서 증권회사를

             빨리 영업정지 시키라는 거센 요구가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일찍 문의를 했더니, 만에 하나 영업정지라도 되면 공과금 납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니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대답이 있었다. 

             기겁을 한 나는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기 위해 아침 일찍 증권회사로 달려갔다.

             한잠도 자지 못한 나는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 날...

             동양그룹 부회장인 이혜경 씨가 그동안 동양생명으로부터 한달에 고문료로 매월

             3,000만원씩을 받아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여인은 창업주의 맏딸이다.

             법정관리 발표 직전에 자신의 돈 6억원을 빼냈고, 또 금고에서 엄청난 현금과  금괴를

             인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금고에서 꺼낸 물건을 확인하기 힘들어 수사할 수 없다고 한다.

             60이 넘은 이 여인...

             평생 호의호식하며 부귀영화를 누려온 이 탐욕스런 여인에게 과연 돈은 무엇일까?... 

             그리고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기업 경영에 합심을 해도 부족한 터에, 부부가 서로 다른 비선(秘線) 조직을 운영할

             정도로 서로 믿지 못하고 철저하게 견제했다면, 이들은 과연 서로에게 어떤 배우자

             였을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커녕, 다른 이들의 피눈물을 짜낸 돈을 마치

             제 돈처럼 쓰고 챙기고,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그 배짱과 몰염치, 죄책감 없는 

             이 여자의 뇌구조가 정말 궁금하다.

 

                   

             S# 3

 

             돈...

             인간에게 과연 돈은 무엇일까?

             어제, 32살 밖에 안 된 한 케이블 TV의 PD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맛집에 선정됐다고 

             거짓말을 한 뒤, 방송을 해주고 한 음식점 당 200만원씩 받아 무려 8억원을 갈취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32살에 8억원...

             이건 해도 너무했다.  

             소규모 음식점들이 꽤 피해를 본 모양이다.

             그렇게 갈취한 돈으로 명품에 외제차에 온갖 사치를 다 누리고, 뇌물 상납은 물론

             심지어 그 돈으로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맛집 순례를 취미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엉뚱한 피해를 본 셈이다.

             또 맛집을 소개하는 파워 블로그들이 일년에 수억 원씩의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다.

             맛없는 음식점을 맛있는 음식점으로 속여 소개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와 마찬가지이다.  

             이들에게 과연 돈은 무엇일까?...

             그리고 오직 먹는 것을 취미삼아 맛집을 찾아 전국을 헤매며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대학 축제 때 총학생회에서는 수천만 원씩 주고 걸그룹 등 인기있는 아이돌을 초대해

             공연을 하고, 그의 10%를 리베이트로 받는다는 뉴스도 나왔다.

              어쩌다가 대학 축제가 한번 공연하는 데 수천 만원 씩 받는 아이돌 공연으로 이벤트를

              하게 됐을까?

              어쩌다가 대학에서 연인과 기발하게 우유 마시기 대회를 열어 백주 대낮에 여러 사람들

              앞에서 온갖 음란한 포즈를 취하게 만드는 축제를 생각해내게 됐을까?...

              대학의 낭만은 이제 모두 사라진 것 같다.

              이 역시, 모두 돈 때문이다.  

              낭만, 지성, 상아탑...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에는 대학이 너무 많이 변했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인간의 심성이 너무 살벌해졌다.

              그야말로 오탁악세(五濁惡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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