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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그리고 거세개탁(擧世皆濁)

아라홍련 2013. 9. 15. 03:24

 

 

 

 

        매년 12월, <교수신문>에서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작년 '2012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 1위로 선정됐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매우 혼란스러울 때였다.

        '거세개탁'이란... 온 세상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고 탁해, 홀로

        깨어 있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정치가, 교육가, 예술가는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국민 모두,  또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생각과 언행이 올바르지 않아, 제 정신을 가지고 정체성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은

        홀로 깨어있기 힘들 정도로 사회가 혼탁하다는 의미이다 

        '거세개탁'은 초나라의 충신이자 초사(楚辭)를 처음 시작한 최초의 시인인 굴원(屈原)의

        대표작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내용이다.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난 굴원이 어느날 초췌한 얼굴로 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고 있었다.

        그를 알아본 늙은 어부가 쯧쯧, 혀를 차며 "어쩌다 그 꼴이 됐느냐."고 묻자, 굴원이 답했다.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온 세상이 탁하고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습니다.)

        

        굴원의 이 기막힌 말에서 '거세개탁'이라는 사자성어가 유래됐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굴원'은 결국 물에 빠져 스스로 세상을 마감했다. 

        '거세개탁'은 작금의 혼란한 세태를 지켜볼 때, 아직까지도 유효한 단어이다. 

 

        어제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서 뜬금없이 호위무사 소리가 여러 번 나오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나야말로 '호위무사' 전문가 아닌가?...

        이몽(異夢) 1, 2부 모두 시작부터 끝까지 호위무사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왕을 가장 측근에서 호위하는 무관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박물관대학을 50여 회나 다녔고, 또 조선시대의 '무예도보통지'와 '역사와 전쟁'

        등의 전문적인 강좌를 여러 번 수료해서 호위무사에 관심이 많다.

        또한 관련 정보도 많이 알고 있다. 

        한데, 21세기인 지금... 서슬 퍼런 사헌부(司憲府) 격인 검찰이 자신들을 호위무사라고 

        칭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 (이명재 전 총장)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

 

         이게 대체 무슨 소리들인가?...

         검찰 고위공직자가 어찌 자신을 검찰총장의 호위무사라고 칭하고 있는가?

         자신을 국가가 아닌, 개인의 무사라고 어찌 당당히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반성하고 수치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해 한 국회의원이 이렇게 꼬집었다.

 

                 대한민국 검찰 최고의 문제점은 스스로를 칼잡이로 여기는 것이다.

 

         혹여, 여당 국회의원 같은가?...   

         아니다. 

         이 사람, 야당 국회의원이다.

         법조인 출신인 민주당 소속 '최재천' 의원이다. 

         뿐만 아니다.

         여당이라면 이빨을 갈고 비판하는 인터넷 신문 논객들의 비판 또한 날카롭다. 

 

               이걸 가지고 무슨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허수아비 법무부 장관에게 개기고,

               짤린 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무려 "감찰과장"이 나서고...

               이게 무슨 꼬라지야... 꼬라지가. 좀 창피하지 않아?

 

               아니,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 앉혀놓고, 왜 검찰인사를 검찰한테

               안 맡기고 법무부에서 하냐고 개소리하면서 개기던 인간이, 이제 와서 호위무사

               운운하면서 사표쓴다고 해서 갑자기 환영받는 이 상황이 난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아아~ 김윤상이 나이 열살 더 먹더니 갑자기 삼라만상의 이치를 꺠달아서

               착하기 그지없는 검사가 되어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우는 투사가 되었는데,

               나만 그걸 몰랐군.

 

               호위무사는 개뿔, 지금 검사라고 명찰 달고 있는 인간들은 이 사태에 대해서는

               할 말 한마디도 없어. 말 할 자격이 없다고.

               지난 정권 시절 그렇게 정권의 개 노릇을 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입을 벙긋거려.

 

               그냥 저희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면서 집단 사표나 쓰면 모를까, 그 외에는

               말 할 자격도 없고 그 쓰레기 같은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줄 가치도 없는 거야.

 

               진짜 사람들 밸도 없고 승질도 없나 보다. 어찌 그렇게 노무현을 좋아하면서

               노무현한테 개기던 바로 그 놈에게 열광을 하냐...

               밸이나 승질이 아니라 기억력이 없는 건가? 응? 단세포야? 용량이 2바이트야?

               2메가보다 용량이 더 적어? 응? 응? 응?

 

               한두놈의 검사들이 법무부장관에게 개기는게 이게 무슨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결단

               같어? 총장 잘리니까 검사들이 갑자기 개과천선을 막 해?  세상 참 편하게 산다.

 

       여당이라면 진저리를 치며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정도이면, 이번에 

       검찰총장 관련 사건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며칠 전 올린 블로그 글에서 이번 일과 관련된 물어뜯기 싸움을 '광기의 시대'

       표현하며, 결과를 이렇게 예상했었다.

 

                         일이 참 복잡해지게 생겼다.

                         파장이 적지 않을 듯싶다.

 

       이건 선경지명(先見之明)문이 아니다. 

       처음부터 대처방법이 잘못됐다.

       검찰총장 개인의 치부를 엉뚱하게 검찰 흔들기로 밀고 나갔다.

       부화뇌동하는 자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팩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결국 선동하고, 선동 당하는 자들만 이용당한 꼴이 됐다.

       야당 국회의원이나, 정부 비판자들도 저 정도로 조롱할 정도이면 이건 매우 잘못된

       일이다.

       거기다가 검찰 고위공직자가 자신을 국민들의 '호위무사'가 아닌, 검찰총장 개인의

       호위무사로 자처하며 자랑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주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사람들은 검찰이 조폭집단이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또 검찰이 정의를 향한 일념은 없고, 오로지 그들 간의 조폭적 의리만 남아있다고 개탄한다.

       이번 사건은 애시당초 선동하거나 사실을 왜곡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내가 지난 블로그 글에서 '대처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떤 사건에서 팩트를 읽을 줄 모르는 것은 한마디로 분별력(分別力)이 없기 때문이다.

       분별력이 없다는 것은, 판단력이 없다는 뜻이며, 또한 선악을 구분할 줄 모르고,

       진실과 거짓을 가릴 줄 모른다는 의미이다. 

       감성놀이와 말장난만 있을 뿐, 성찰과 통찰의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팩트를 읽어내지 못하고 시류에 휩슬려 광기에 흔들리는 것은, 결국 영적인 미숙(未熟)을

       사람들에게 다 내보이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팩트는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11살 짜리 아들을 뉴욕으로 도피시켰다...

       사건이 기사화 되기 직전까지, 검찰 간부들이 조선일보 편집부에 '마지막 warning(경고)'

       이라고 여러번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아이는 몇 년 동안 학교에서 수없이 자신의 아버지가 검찰 고위공직자라고 자랑했다...

       올해부터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자랑했다...

       대부분 사회 저명인사들인 학부모들과 학교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검찰총장은 Y 여인을 모른다고 발표했다...

       한데, Y 여인은 신문사에 보낸 편지에서 검찰총장을 십수 년간 알고 지냈다고 했다...

       아들의 학적부와 호적에 모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되어 있다...

       Y 여인의 변명처럼 아들이 존경하는 검찰총장을 닮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아들 이름을

       '채동욱'이라고 하지 결코 아버지를 '채동욱'이라고 하지 않는다...

       호적에 아버지의 이름을 등재하려면 현행법상 아버지의 동의와 정보없이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다... 

       더구나 아들의 이름이 검찰총장 집안의 돌림자, 즉 항렬을 사용하고 있다... 

       Y 여인은 여기저기 다니며, 심지어 자기 가족들한테까지 아이 아버지가 검찰총장이라고

       속이며 떠들고 다녔다고 스스로 밝혔다...

       한데도 검찰총장은 Y 여인을 공문서 위조, 사문서 위조, 고위공직자 부인 사칭 협의로

       고소하지 않았다. 아니, 고소하지 못했다...

       이게 현재까지 알려진 이번 사건의 팩트이다!

 

       나는 평생 단 한번도 조선일보를 보지 않았다.

       또한 검찰총장이 재임 기간 중에 이룬 많은 업적들을 인정하는 편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칼을 대지 않고 뭉그적거린 것은 이해할 수 없으나, 여러 사건들을

       과단성 있게 처리한 추진력과 용기는 인정한다.

       잘한 일은 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못한 일은 잘못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팩트를 읽어내지 못하고 부화뇌동해 아우성을 친 인간들과,

       자만심으로 인해 사건 발생 직후 대처방법을 잘못 선택한 검찰총장 쪽 인사들...

       그들 때문에 이번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과가 이렇게 희화화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호위무사 얘기는 국민은 물론, 야당권에서조차 비아냥과 조롱,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 해프닝이 돼버렸다.    

 

       팩트를 모르면서 함부로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이건 전문가들의 말처럼 검찰 내의 헤게모니(hegemonie) 싸움이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이다.

       검찰 내의 공안통과 특수통의 힘겨루기이다.

       한상대 전임 검찰총장의 부하직원이던 채동욱 대검차장은 총장에게 항명(抗命)해 

       검란(檢亂)을 주도하여 임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쿠데타이다.

       ... 그리고 검찰총장이 됐다

       때문에 이들 사이에는 상당한 원한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내 파벌끼리의 갈등이 극심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전후사정을 보지 않고, 팩트도 모르면서, 생각없이 입에 거품을 물고

       편가르기나 하면 결국 이용당하는 것은 어리석은 당신 자신 뿐이다.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생각할수록 '광기의 시대'이다.

       작금의 세태를 지켜보며, 문득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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